1. 거미의 일생과 습성
(5) 산란과 알주머니의 보호 ① 산란 어떤 종류의 거미든 알을 실로 싸서 알주머니(卵囊, cocoon, egg-sac)를 만들어 보호한다. 가장 간단한 알주머니는 유령거미에서 보는 것처럼 알덩어리를 실로 엉성하게 엮어 맨 것에 불과하다. 가죽거미의 알주머니도 이와 비슷하다.
늑대거미, 닷거미 등 배회성 거미는 실로 조밀하게 짠 시트(sheet) 위에 알을 낳고 알덩어리 주위를 싸거나 또는 알덩어리 위를 다시 다른 시트로 덮고 둘레를 엮어서 그 종류 독특한 모양의 알주머니를 만든다. 또 그물을 치는 대부분의 거미는 실로 조밀하게 짠 시트 아랫면에 위를 향해 알을 낳은 다음에 그 둘레에 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실을 쳐서 알주머니를 완성한다. 알주머니를 이루는 시트는 호랑거미의 것처럼 두껍고 퍼드럭 퍼드럭한 것이 있는가 하면 늑대거미의 것처럼 얇은 종이 같은 것도 있으며 그 겉면은 흰색, 회색, 갈색, 연두색 등 각 종의 고유의 색을 나타낸다. 종류에 따라서는 알주머니와 알덩이 사이에 쿠션 혹은 단열재 역할을 하는 실의 켜를 가진다. 알주머니의 모양은 일반적으로 구슬 모양 또는 이에 가까운 것이 많다(닷거미, 늑대거미, 말꼬마거미). 그러나 가락 모양(꼬리거미), 원판 모양(농발거미), 항아리 모양(긴호랑거미, 새똥거미, 주홍더부살이거미), 다각형(응달거미, 풀거미) 등 종과 속에 따라 그 모양이 제각기 다르다. (거미알 사진모음. 코너 참고) 한 알주머니 속의 알의 수도 종에 따라 많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동굴이나 땅 속에 사는 것은 비교적 산란 수가 적다. 미국의 동굴에 사는 Telema tenella라는 작은 거미는 단 1 개를 낳고 또 어떤 동굴성 거미는 2∼5 개의 알을 낳는다. 한편 공중에 그물을 치는 정주성 거미나 배회성 거미는 일반적으로 알을 많이 낳는데 호랑거미, 긴호랑거미 등은 약 1,500 개를 낳고 미국산의 Theraphosa blondi같은 것은 3,000 개나 낳는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00 개 전후가 보통인 것 같다. 알주머니를 일생에 하나밖에 안 만드는 거미가 있는가 하면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주머니를 만드는 거미도 있다. BONNET에 의하면 알로 겨울을 나고 봄에 부화해서 7∼8 월경에 성숙하여 산란을 마치면 그 해 안으로 죽는 거미들은 어미가 그 알주머니를 보호하는 종류일 경우 대체로 1 개의 알주머니를 만들고 어미가 알주머니를 돌보지 않는 종류의 경우는 2∼3 개를 만든다고 한다. 한편 여름에 알에서 부화하여 새끼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성숙하는 거미들은 어미가 알주머니를 돌보는 종류일 경우 2∼5 개의 알주머니를 만들고 알주머니를 돌보지 않는 것은 5∼10 개 또는 그 이상 다수의 알주머니를 만든다고 한다. 거미는 무정란을 낳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부화하지 않는다. 아직 거미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처녀 생식의 예는 없다.
거미가 거미줄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이유 거미는 일반적으로 거미줄로 집을 짓고 사는 조망성 거미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먹이를 사냥하는 배회성 거미 두 종류가 있다. 뛰어난 시력과 운동 신경으로 먹이 포획에 적극적인 배회성 거미와는 다르게 조망성 거미는 어두운 곳에서 거미집을 만들고 발달된 다리의 감각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필요한 시력은 퇴화되어 있다. 집을 지을 때는 방사실로 기초를 만든 다음 나선실로 촘촘히 엮는데 나선실에 묻어있는 끈끈한 점성물질은 거미줄에 걸린 곤충들을 더욱더 옭아매어 헤어나올 수 없게 한다. 하지만 거미가 자유자재로 제 집을 옮겨다닐 수 있는 것은 방사실로 다니기 때문이고 독특한 발구조 덕분에 실수로 점성물질이 묻어있는 나선실을 밟더라도 금세 빠져나올 수가 있다.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다 실처럼 가늘고 긴 거미줄에 걸려들면 거미의 10배 이상 큰 곤충도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그 강도는 세다. 거미줄은 얼마나 강할까? 제작진이 거미줄의 강도를 측정한 결과 거미줄은 같은 굵기의 강철에 비해 4배 이상 강한 강도로 측정되었다.거미줄의 강도를 활용하는 새도 있다. 삼광조는 거미줄로 자신의 집을 보수하는 대표적인 새이다. 이 때 거미줄은 건물의 철근과도 같은 역할을 하며 둥지를 나뭇가지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데에도 사용된다.
거미의 기상천외한 사냥술 조망성 거미는 소극적인 사냥술을 보완할 수 있는 사냥의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긴호랑거미는 거미줄로 흰 띠를 만들어 거미줄을 장식한다. 거미줄의 흰 띠 장식은 아이러니컬하지만 자외선으로 물체를 보는 곤충은 흰 띠를 활짝 핀 꽃으로 착각하여 그것에 유혹되는 것. 이밖에도 폭발적으로 많은 거미줄을 분출해 먹이를 감싸버리는 싸개띠, 거미줄에 묻어있는 끈끈한 점성물질과, 신경마비 성분이 있는 거미독은 조망성 거미가 발전시켜온 사냥의 메커니즘이다.
목숨을 건 사랑 암컷 거미는 수컷보다 덩치가 훨씬 클 뿐만 아니라, 번식을 앞둔 암컷은 무척 예민하고 식욕이 왕성하기 때문에 눈 먼 거미의 사랑은 매우 조심스럽다. 수컷 거미는 짝짓기를 하고 싶다는 신호로 줄을 흔들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진 암컷이 신호를 잘못 해석하면 먹이로 착각을 하여 수컷을 잡아먹기도 한다.수 차례 조심스러운 접근을 반복하여 얻어낸 사랑은 짧고 강렬하다. 빠른 시간 내에 교미가 이뤄지는 까닭은 정확한 정보의 전달과 더 많은 종족의 번식을 위함이다.
눈물겨운 모성애 암컷은 한 번에 보통 200-300개의 알을 낳고 거미줄로 알집을 만든다. 거미가 알집을 만들 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정성스럽고 정교한 기술을 사용한다. 알집을 매달기 위한 연결 고리도 매우 튼튼하게 만든다. 두껍게 만든 알집은 보온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먹고 남은 곤충의 사체나 거미줄에 떨어진 나뭇잎으로 자신의 집을 장식하여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정주성 거미가 유일하게 자신의 보금자리인 거미집에서 내려오는 때가 바로 알집을 만들 때인데 보호 장치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있는 거미를 포식자가 가만 놔둘 리 없다. 열심히 알집을 만들던 암컷 거미 한 마리가 사마귀에게 잡혀 먹히는 모습이 제작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품고 있던 알을 모두 토해내며 사마귀에 먹히는 어미의 모습은 장렬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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